[에디터의 북카트] 현선의 3월 9일 북카트 에디터의 북카트

최근 제 관심 영역 안으로 ‘남과 여’라는 키워드가 들어왔습니다. 인류가 있어온 이래,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많은 이들의 주요 관심 영역이 될 이 주제가 저에게는 요사이 찾아온 것인데요. 추측하시는 것처럼(?) 개인적인 경험이 계기가 되었던 건 아닙니다. (이를테면, 막 연애를 시작했다거나 진행 중인 연애가 어떤 위기에 봉착했다거나, 하는...) 그저 얼마 전, ≪우리는 왜 우울할까≫라는 책을 보고난 후 그 작가의 다른 책,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는 게, ‘남과 여’라는 주제로 독서의 무게중심이 옮겨진 것이지요. 

사실 이전까지 아주 명백하게 드러난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면 남녀의 차이란 결국 개인 간의 차이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다, 라는 얘기를 귀 담아 듣지 않았고요.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 남자 몰라요”라는 말에 “진짜, 진짜?”라는 호기심 어린 물음표를 달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관련 책들을 더 찾아보게 됐고요.     


대리언 리더 |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 | 문학동네 | 2010 


우선 첫 번째로 선택한 책은 앞서 언급했던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입니다. ≪우리는 왜 우울할까≫의 저자, 대리언 리더가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남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입니다. 정신분석 이론, 특히 ‘라캉’이라고 하면 일단 엄청 어렵다는 인상이 강하지만 ≪우리는 왜 우울할까≫을 읽어본 결과 이 사람이라면 분명 쉽고 유연한 방식으로 라캉의 세계로 독자를 인도해줄 거라는 신뢰를 갖게 되었습니다.

제목에 있는 “‘보내지 않은 편지’란 모티프는, 남자들이 흔히 ‘여성의 신비’라 미화하며 실은 마주하기를 두려워하는, 끝내 해명되지 않는 자아의 한 부분을 가리킨다.”고 하니, 여성성과 남성성의 본질은 물론이고, 저에게 있는 ‘보내지 않는 편지’는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스스로의 내면에 대해서도 탐색해볼 수 있을 것 같아 더 기대가 되는 책입니다.  




오기 오가스, 사이 가담 |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 | 웅진지식하우스 | 2011
 


두 번째로 고른 책은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입니다. 제목부터 호기심이 만발하게 생겼지요? 듣기로는 짝꿍의 유무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남자들이 포르노를 즐겨(?) 본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왜 그런 건지, 주위에 있는 남자들에게 물어보고 싶긴 하지만, 사실 그러기엔 제 자신이 민망할 뿐 아니라 용기 내 물어본다 할지라도 그 사람들이 얼마나 솔직하게 대답해줄지는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들을 바를 근거로, 즉 얼마 되지 않는 사례로 ‘포르노를 보는 남자의 속성’을 판단하는 건 무리가 있고요. 그리고 이는 여자들이 왜 로맨스를 읽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사춘기 소녀처럼 두 눈을 반짝이며 이 책을 북카트에 쏙 집어넣은 것이지요. 특히, 이 책은 <킨제이 보고서>를 비롯한 지금까지의 연구가 설문 조사나 대면 방식 등에 의존한 데 비해 사람들이 익명의 공간인 인터넷에 남긴 디지털 발자국을 추적해 순도 100%의 인간의 욕망에 접근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책의 저자인, 두 명의 신경과학자들이 인터넷이라는 광활한 공간을 뒤지며 조사한 양만해도 정말 어마어마하고요. 전 세계 50만 명의 남녀가 검색한 10억 건의 웹 검색 내용, 수십만 권의 에로소설, 500만 건의 성인용 구인 광고, 수천 편의 디지털 로맨스 소설, 4만 개 이상의 성인 웹사이트가 과학적, 통계적 분석의 자료가 되었다고 하니까요. 

와우!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혹시 모르죠. 저의 디지털 발자국도 혹은 여러분의 발자국도...으흐흐 


 


도널드 시먼스, 캐서린 새먼 | ≪낭만전사≫ | 이음 | 2011 


마지막으로 담은 책은 앞서 고른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의 진화심리학적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목은 ≪낭만전사≫. 이 책은 현대사회의 논쟁적 이슈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질문에 대해 진화론에 기반한 답변을 들려주는 ‘다윈의 대답’ 시리즈 중 여섯 번째 권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이끌어가는 질문이 바로, ‘여자는 왜 포르노보다 로맨스 소설에 끌리는가’이고요. 이전까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회문화적 학습 혹은 관습 때문이며 여자들도 포르노를 보기 시작하면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낭만전사≫는 여성의 그런 성향은 진화적으로 타고난 것이라고 말한다고 하고요. 좀 더 자세한 얘기는 책을 통해 확인해보아야겠지만요. 덧붙여 기대하건대, 이 책을 읽고나서 ‘해를 품은 달’을 보며 ‘훤앓이’에 허우적대고 있는 여성들의 심리를 알 수도 있겠다 싶고요. 하핫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