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어놓은 구절들] 파올로 조르다노, ≪소수의 고독≫ 접어놓은 구절들


파올로 조르다노 | ≪소수의 고독≫ | 문학동네 | 2012 


"결과의 무게는 낯선 존재가 곁에서 자고 있는 것처럼 늘 거기 있었다. 점점 더 중독에 가까워지는 잠 속에, 꿈으로 점철된 무거운 잠 속에 빠져 있을 때조차 그것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338쪽)


어떤 행위의 결과들이 나를 짓눌러 올 때가 있다. ‘또, 저질러버렸다. 혹은 결국 이렇게 돼버렸다.’ 생각될 때, 이제는 주워 담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회한의 감정이 속으로부터 차올라 목구멍을 조여 오는 듯하다. 분명 내가 한 일인데, 그 결과가 나에게 부과하는 무게는 피하고만 싶어지는 것이다. 그럴 때, 그 모든 것으로부터 도피하고자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게, 잠이다. 인과의 관계를 곱씹으며, 그러나 되돌릴 수 없음을 반복적으로 자각하게 하는 의식을 내려놓는 것이다. 

하지만 잠은, 그리고 꿈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결과는 늘 거기 그 자리에만 있고, 그것은 ‘점점 더 중독에 가까워지는 잠 속에, 꿈으로 점철된 무거운 잠 속에 빠져 있을 때조차’ 나를 지켜보고 있다. 태어남과 동시에 죽어버린 부동(不動)의 존재가 바로 결과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깨어나 마주해야만 한다. 중독과 같은 잠을 버리고, 점점 더 공기가 희박해지는 이 곳, 결과의 지옥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 길은 단 하나. 결과를 다시 원인화하는 것, 그 결과로부터 또 다른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 

아, 이런. 결국 생(生)이란 결과라는 톱니를 달고 죽음이라는 최후의 결과를 향해 끈질기게 굴러가야만 하는 바퀴인 건가.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