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 책, check, 책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아침이 밝았다. 행사 장소 주변 교통을 통제하는 바람에 출근길이 번거롭지는 않으셨는지. 유감스럽지만 하루는 더 고생을 해야겠다. 오늘(26일)부터 내일(27일)까지 이틀간 진행될 테니 말이다. 이게 뭔데! 궁금한 사람을 대표해서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전세계 50여 정상 및 국제기구 수장이 참가해 테러집단으로부터 핵물질·시설을 방호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안보분야 최대 규모의 정상회의, 라고 한다. 그러니까 대체 뭔데! 해석이 분분하겠으나, 나는 이렇게 본다. 각국에서 어떤 위협(위험)에도 불구하고 자기네 핵물질·시설을 잘~ 가지고 있겠다는 거다.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 글로벌 코리아가 앞장섭니다.’와 같은 표어를 보면 알 수 있듯 그것이 곧 평화이고 안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역사는 이와 다른 답을 내 놓고 있다. 인류는 히로시마 원폭을 경험했고, 스리마일 섬,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지나왔다. 불과 한 세기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벌어진 일들이다. 전쟁 종결, 관계자 부주의, 과학자들의 실험, 자연재해…… 명분과 원인은 가지각색이었으나, 그 비극의 한가운데에는 매번 핵이 있었다. 이것은 결코 타국만의 역사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23개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 중이며, 7개를 추가로 증설하고 있다. 30개에 달하는 사고 인자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에는 고리 원전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래도 평화와 안전을 말할 수 있을까. 안보와 에너지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원자력 정책을 고수한다면, 또 다른 비극을 재연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례는 가장 가까이에 있다.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지켜보지 않았는가. 일본에는 이러한 사고를 예언한 사람이 있었다.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을 쓴 다카기 진자부로는 “뒤에 남는 사람들이 역사를 꿰뚫어보는 투철한 지혜와 대담하게 현실을 맞서는 활발한 행동력을 가지고 일각이라도 빨리 원자력시대에 종지부를 찍기를 바랍니다. 나는 어딘가에서 반드시 여러분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라는 유언을 남겼을 만큼, 눈을 감는 2000년까지 반핵운동가로 살아온 과학자다. 그는 원자력의 역사를 먼저 짚고자 한다. 핵개발의 시작은 전쟁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다카기 진자부로는 “원자력개발에 있어서 그것은 불행한 출발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안전성이라든가 인간생명에 대한 영향이라든가, 또 거기서 생기는 갖가지 방사성물질이 지구환경이나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하는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우선 거대한 힘을 손에 넣고 보자는 데 혈안이 되었으며 우선 파괴력으로서 이러한 에너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개발의 동기로 작용했던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른바“원자력 신화”“불행한 출발”로부터 비롯되었다.

원자력은 무한한 에너지원이다.
원자력은 석유위기를 극복한다.
원자력은 평화 이용이 목적이다.
원자력은 안전하다.
원자력은 값싼 에너지를 공급한다.
원자력발전소는 지역에 기여한다.
원자력은 깨끗한 에너지다.
핵연료는 리사이클 할 수 있다.
일본의 원자력기술은 우수하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다카기 진자부로는 미국에서 들여온 “‘핵기술 입국’적 전략”“지탱하기 위해서” 만든 신화에 불과했으며, “원자력의존형으로 나아가게 된 것은 강력한 정책의 결과이지 원자력의 우수성 때문이 아니다.”라고 과학적 근거를 들어 반박한다. 또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같은 말은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의 1953년 유엔총회 연설 “아톰즈 포 피스(Atooms for Peace)”에서 유래되었는데, “원자력은 처음부터 군사이용, 즉 원자탄 개발을 위해서 시작했기 때문에 (…) 그러한 연결고리를 끊지 않고서는 상업이용이 불가능할 것이므로 그 연결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새삼 강조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아톰즈 포 피스’에 담겨진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카기 진자부로는 원자력을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한다.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닫을 수는 없지만, 그 속에 남아 있는 ‘희망’을 꺼내서 키워나갈 수는 있다”라고 했던 그의 염원이 헛되지 않았는지, 일본에서 2050년은 원전 제로의 해로 정해졌다.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는 다른 나라에도 미쳤다. 독일도 2022년까지 자국 내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이 강조하듯 “신화는 붕괴”되었고, 탈(脫)원전은 세계적 지지를 얻는 과정에 있다. 그럼에도 오늘 아침은 썩 밝지 않다. 평화와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핵을 이야기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직 자기 안의 신화를 깨뜨리지 않았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