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세대를 이어가는 노동자의 고통과 몸부림 블로거, 책을 말하다

 

고전의 느낌이라는 건, 엄청난 시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읽는 순간, 그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은근한 힘과 같다. 그리고 이는 고전을 탄생시킨 작가에 대한 존경과 시공을 초월해 있는  시선에 대한 부러움이기도 하다. 러시아 노동자의 역사적 현실과 변화를 그려낸 이 작품, ≪어머니≫에서 시간을 초월한 공감을 느끼며 지금의 현실을 보게 되는 것 역시 그러하다. 그것은 작가가 지닌 시선에 대한 존경과 동시에 별반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대한 서글픔이다.

물론 작품에서 보이는 자본가와 공권력의 노골적인 패악은 없어진 지 오래고, 노동자가 자본가에 굴욕적으로 고개를 숙이는 일 또한 거의 없어졌지만, 그들이 노동자의 의식을 유린하는 방법과 억압하는 모습이 그다지 차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유린당하며 살아온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부당한 현실과 억압적인 자본시스템을 깨닫기까지는 또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게 되는가. 억압을 이겨내려 책을 읽고 전단을 돌리는 과정의 은밀하고 비밀스러움은 지금의 노동자들과 약자들이 그들의 현실을 알리려 소셜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모습과도 닮아있다. 자본이 만들어내는 불평등과 이를 이용하여 권력을 거머쥔 이들이 저항 행위를 억압하는 모습 또한 좀 더 은밀하고 교묘해졌다는 점 외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노동자 아들의 뜻을 잇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맡은 임무를 수행해나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외람될 수도 있지만 이제는 고인이 되신 이소선 여사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답답하고 우울한 현실의 원인을 깨부수러 나선 아들을 이해하며 자신의 삶의 이유를 알아나가는 어머니의 모습 역시, 억압받는 삶을 마지못해 꾸려나가야만 했던 또 다른 노동자의 모습이다.  자신이 왜 그렇게 우울하고 노출된 폭력 하에서 살아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결국 남편만의 문제가 아닌 남편을 포함한 사회의 문제, 철저한 억압을 통해 불행을 강요하는 시스템의 문제였고, 어머니는 그것을 아들을 통해 깨달아나간다. 그런 깨달음을 통해 희망을 알게 되고 그 희망을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은 아들만큼이나 나이든 어머니에게도 고통과 모멸의 시간이었다.

이제 희망은 왔는가. 100년 전에 쓰여진 작품에서 갈구한 그들의 희망은 이제 이루어졌는가. 누군가는 이제 먹고사는 일이 해결되고 제대로 즐길 일만 남았다 하고, 또 누군가는 작품 속에 그려진 우울함과 노골적 폭력에서는 벗어났다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의 내면과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성토를 듣고 있노라면 여전히 그 희망은 요원해보이기만 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 지금은 우리가 왜 고통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이는 크레인 위에서 죽어나가거나 목숨을 걸고 309일을 버티며 시위해야만 한다. 그래야 일말의 변화라도 기대할 수 있는 게 현실이고, 이는 곧 불평등을 유발하는 시스템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한편에서 누군가가 1500일 넘게 거리시위를 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세상이다. 결국,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는 일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현실은 100년이 넘어도 변함이 없다는 잔인한 사실만 재확인케 한다. 시간을 초월한 고전의 힘, 고전 속에서 현실을 바라보아야만 하는 일, 언제나 이처럼 고통 가득한 존경심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오늘의 책을 리뷰한 ‘민욱아빠’님은?
현직 외과의사입니다. 서울에서 수련생활을 마치고 제주로 내려와 생활한 지 1년 6개월이 되어가는 '제주이민자'입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산다는 것의 많은 의미를 생각해보려 노력하고, 계급적인 견지에서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