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의 맛] 백수린, <밤의 수족관> 단편소설의 맛

저는 소설을 씁니다. [단편소설의 맛]에서 말하자니 커밍아웃을 하는 기분인데요. 정확히는 지망생입니다. 그래서 쓰는 사람의 눈으로도 소설을 읽게 됩니다. 이야기의 얼개를 머릿속에 그려 본다거나, 탐나는 문장을 필사한다거나, 묘사나 서사의 문제를 생각합니다. ‘탐난다’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훔쳐서라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을 정도의 소설이 있다면, 소설에 가 닿지 못해 자괴감에 빠지는 내가 있습니다. ‘탐난다’는 그런 상태에 대한 은유라고 할까요. 말 한 번 참 어렵게 하죠잉? 무언가를 설명하는 일이란 게 그렇습니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대상이라도 어디부터 말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하물며 공백은 어떨까요. 이를테면 텅 빈 공간, 부재하는 마음, 타인의 무표정 같은 것들.

백수린은 그러한 공백의 풍경을 자신만의 언어로 형상화했습니다.<밤의 수족관>에서요. 이 소설에는 톱스타와 비밀결혼을 한 ‘나’가 등장합니다. 그들 사이에는 ‘아이’가 있습니다. ‘나’는 톱스타와 식사 약속을 한 레스토랑 건너편 아쿠아리움에서 ‘아이’를 잃어버립니다. 그리고 소설이 끝날 때까지 ‘아이’를 찾아 헤매지요. 혹시 아침드라마 같은 줄거리라고 생각하시나요? 하지만 이 소설은 그것과는 종류가 다릅니다.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읽어 보시죠. 


우리는 아쿠아리움의 수족관 사이를 거닐며 시간을 때우고 있어. (311쪽)

내 아이는 도대체 지금 어디에 있다는 말입니까. (330쪽)

《문학동네 2011 겨울》


<밤의 수족관>
은 ‘아이’를 잃은 슬픔에 빠진 엄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였던 주어가 ‘나’와 ‘아이’로 분리되기까지, 배경의 대부분은 아쿠아리움입니다. 그 공간에서 ‘나’가 느끼는 혼란은 꼭 사랑(처럼 유일무이한 존재)을 상실한 이와 닮아 있습니다. “나는 곧이라도 물고기들을 움켜쥘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허공으로 손을 뻗어봐. 그렇지만 막상 손에 닿는 것은 차가운 유리벽이지. (…) 나는 허망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멈춰. 박제된 심해어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어.”와 같은 독백은 그런 상태를 대변합니다. ‘나는 ‘아이’는 인물이 아니라 은유적인 장치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아이’의 엄마가 되어 본 적 없는 저도 ‘나’와 모종의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겠지요.

백수린은 신춘문예 당선 인터뷰에서 “소설을 통해 거대 서사에 가려진 개인들을 호출해내고, 개인사를 복원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소설이란 것이 개인이 느끼는 세밀한 감각, 생각, 기억 같은 것들을 통해 우리가 어쩌면 끝내 포착할 수 없을 ‘인간’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줄 무엇인 것처럼 느껴졌다. 경계에 놓인 이름 없는 존재들에 관심이 많다. 그런 존재들에게 이름을 찾아주고 싶고, 인간에 대해 잘 이야기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작년에 갓 등단한 신인이고, 아직은 문예지에서만 그 이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만, 저는 쉽게 잊지 않을 것 같습니다. 포부대로 나아가고 있는 이 소설이 탐나니까요!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 백수린
1982년 인천 출생.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

* 현재까지 발표 작품
<거짓말 연습> | 《2011 신춘문예 당선소설집》 게재
<기도> | 《2011 신춘문예 당선자 새소설》 게재

<감자의 실종> | 《현대문학 2011.04》 게재
<밤의 수족관> | 《문학동네 2011 겨울》 게재
<폴링 인 폴> | 《창작과비평 2011 겨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