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 - 야누스의 얼굴울 가진 화폐 블로거, 책을 말하다

2008년 미국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발발한 세계금융위기는 글로벌 경제화를 표방하던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에 엄청난 대재앙을 몰고 왔고, 세계대공황에 준하는 위기감을 조성했다. 이로 인해 지난 30년 동안 전세계를 지배하던 신자유주의에 대한 긴박한 재고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시장 지상제일주의를 세계 경제발전의 모터로 삼아 시장의 자율적인 힘만이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길이라고 공공연히 강요해왔던 신자유주의라는 패러다임에 대해, 근본적인 조치와 대안을 생각해야 할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금세기 들어 발생한 최악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진단이 월가 금융투자기관의 비도덕적이고 무분별한 파생금융상품의 개발과 '폭탄 돌리기' 수법에 대한 결과론적이고 현상적인 측면의 검증과 이에 대한 방안으로 신케인즈식의 땜빵식 결과를 도출하는 등의 시각에 집중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그 이면에 잠재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기존 정통경제학은 이 문제에 대해 왜 굳이 입을 다물고 있는지, 속 시원하게 의문을 해결할 길이 없다. 쑹홍빙의 ≪화폐전쟁≫ 시리즈를 접하면서 이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화폐전쟁≫ 시리즈는 인류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산업혁명에서부터 얼마 전 발발한 금융위기와 유로사태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발생했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의 이면에 로스차일드, 모건, 록펠러 등의 국제금융家의 거대한 음모와 자기 잇속 차리기가 자리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그런 음모들이 세계양차대전 뿐 아니라 오일쇼크, 팔레스타인분쟁, 케네디 암살, 세계경제대공황 및 국제경제질서의 재편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건들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대개의 음모론들이 사건을 재구성하여 연역적인 추리와 개연성에 근거해 추론을 이끌어내는 데 반해 다양한 객관적인 사실과 현상들을 기초로 귀납적인 논거에 의해 국제금융가와 그들의 행태를 낱낱이 밝혀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가 단순한 음로론 정도로 치부될 우려를 잠식시키고 진실을 밝혀내는 르포르타지의 형태를 갖출 수 있도록 한다. 이에 따라 각종 데이터와 역사적 보도 그리고 이를 재구성하는 시각에서 바라본 화폐와 그 내막은 정말 끔찍할 정도로 두려운 존재로 다가온다.

인류의 무수한 발명품 중 가장 획기적이면서도 주객이 전도된 발명품이 화폐다. 쑹홍빙은 이 화폐의 주권을 어느 측이 점령(지배)하느냐에 따라 경제와 사회전반에 미치는 향방이 180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화폐주권을 탈취하기 위해 국제금융가들이 물밑에서 펼친 작전들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결과를 불러오는지도 알게 된다. 서로 죽이고 죽여야만 하는 전쟁이 이들 국제금융가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일 뿐 아니라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서라면 평화로운 시대를 오히려 전쟁이나 분쟁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 모습에선 그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따름이다.

이처럼 ≪화폐전쟁≫ 는 세계의 경제를 물밑에서 혹은 비공식적으로 좌지우지하고 있는 국제금융가들의 발호와 성장을 다룬다.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전쟁과 분쟁을 통해서 파이를 더 키워나가고, 이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세력들(국가의 최고 통수권자라 하더라도 과감한 제거와 암살을 통해서 자신들의 위치를 공고히 해나가는 과정들)을 철저하게 그러면서도 조용하게 제거해 나가는지, 그 과정들을 보여주며 화폐의 진실과 화폐주권에 대한 집착을 알 수 있게 한다. 화폐주권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청나라 말기에서 중국인민주의공화국의 개국에 이르기까지 중국대륙에서 벌어진 화폐를 둘러싼 힘겨루기를 통해 일어준다. 막연한 음모론적 접근이 아닌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독자들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화폐는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물론 선사시대에도 화폐에 대한 개념이 존재했고 다양한 형태의 화폐가 유통되기도 했다.) 화폐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화폐는 이미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화폐의 진정한 의미와 역할은 퇴색해버린 지 오래고 모든 것을 수량적 의미로 재단하는 현실 앞에서 화폐라는 헤게모니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이 화폐와 그 흐름을 장악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은 총과 칼, 화약 연기만 보이지 않을 뿐 실상은 물리적인 전쟁보다 훨씬 더 큰 해악을 끼치고 있다.

전반적으로 화폐가 가지고 있는 본원의 역할과 구조적 기능에 대한 리뷰가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화폐와 정치권력 나아가 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인 정치경제학적 역할 그리고 화폐 헤게모니의 향방에 따라 세계경제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피드백적인 분석이 돋보이는 저서다. 물론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엄청난 시나리오를 액면 그대로 다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건과 관련해 유추되는 원인 분석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화폐가 정치경제학에 미치는 영향은 자국화폐의 불안정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와 개도국의 금융정책에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저자는 다음편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60년대 이후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화폐의 진실을 다루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전작들에서 다룬 화폐와 화폐주권에 관한 담론들이 국가주도로 경제발전을 이룩한 대한민국의 경제상황에 어떠한 형식으로 적용되었으며 국내 재벌들과는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 벌써부터 은근히 기대된다. 덧붙여, 청나라 시대의 은본위제도를 말살한 국제금융가들의 의도와 지금 달러화의 평가부분에서의 '은'의 역할과 향후 '은'이라는 존재가 가져올 여파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상당한 파문을 불러오리라 예상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물잡이'님은?
모든 것에 미혹(迷惑)되지 않는 불혹의 뜻만큼 진실한 독서는 40부터라고 생각하기에 요즘 부쩍 책을 더 가까이 하게 되는것 같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느낄 수 없는 소통을 책과의 만남에서 찾고서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저 책을 읽어나갈 뿐이다. 행복이 동사이길 바라듯이 독서 또한 타인과의 소통행위로 인식하면서 삶의 새로운 이정표를 향해서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