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니?] 클라우스 베르너 로보, 《왼쪽에서 본 세계는 지금 어디쯤 왔을까?》 요즘 뭐 읽니?


 


나는 벚나무 길을 걸을 것이다. 아마 좋다고 웃겠지. 자조의 냄새를 맡았다면 당신은 개코. 사실 벚꽃을, 그 아름다움을 믿어도 될까 싶다. 이 책을 읽고서 든 생각이다. 《왼쪽에서 본 세계는 지금 어디쯤 왔을까?》가 말하는 세계는 아름답지 않다. 클라우스 베르너 로보는 다수의 빈곤을 기반으로 극단적인 부를 취하는 콘체른(Konzern: 생산, 유통, 금융 따위의 여러 업종의 기업들이 법적으로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특정 은행이나 기업을 중심으로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는 기업의 결합 형태를 이르는 말)의 추악한 행태를 고발하고 있다.

콘체른은 물, 음식, 에너지와 같은 생필품과 인력까지도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품으로 여긴다. 신자유주의는 성숙한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야 시장에서의 자유를 방해받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모든 재화와 서비스가 개인의 재산이 된다면, 신자유주의 추종자들로서는 환영하리라. 그들은 국가의 소유도 해제하려 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만인에게 공동으로 속하는 것 또는 아무에게도 속하지 않는 것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 추종자들에게 있어서 세계는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거래 물건일 뿐이다. (58쪽)

“그러면 탄탈을 채굴할 때도 아이들이 일을 하겠군요?”
“아무튼 나는 아이들이 일을 하는 걸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아니라고는 장담할 수 없지요. 비록… 아이들이 채굴을 하기에는 힘이 달리기는 합니다만. 그런 거야 뭐, 내 알 바가 아니죠.” (96쪽)


정부와 국제기구 따위, 콘체른은 거대 자본으로 마음껏 휘두른다. 그 사이 세계의 빈부 격차는 날로 심해진다. 클라우스 베르너 로보가 몇 차례 취재한 콩고의 경우, 1998년부터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데 탄탈(휴대전화의 원료) 광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부러 사들이는 특정 콘체른 탓에 자금줄인 탄탈 광산은 전쟁을 조장하는 요인이 되었다. 타국의 동족이 서로 싸우든 아이들이 광산에서 죽어나가든, 그들에게는 “내 알 바가 아니”다. 오로지 이익을 남기면 그뿐. 여기까지가 3부의 이야기. 나는 벌써 비관하기 시작했는데, 웬걸, 드러운 꼴 다 보고도 클라우스 베르너 로보는 덧붙인다.

빈곤, 착취, 부패, 전쟁, 인종차별, 기후변화와 같은 전 세계적 문제 사이의 연관 관계를 개인의 일상생활에서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소비와 광고가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는 물건이 아니다. 세계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세계를 좋게 만들 수 있다.

이런 낙관을 꽃 보듯 좋아해도 되는지. 벚꽃은 무력하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 하나. 그 아름다움을 망각하면 추악해진다. 세계는 그 즈음에 와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들은?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