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들》 - 소비로 행복을 찾는 그대에게 책, check, 책

 조르주 페렉 | 《사물들》 | 펭귄클래식 | 2011


“오늘날 현대사회는 사람들이 점점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게 되어가고 있다. 누구나 부를 꿈꾸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여기서 불행이 시작된다.”
(63쪽)

돈의 맛을 제대로 알게 된 건, 내 손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때와 정확히 일치한다. 어릴 땐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어 기본적인 삶을 유지했다. 그러므로 그 이상의 소유물을 갖기 위해서는 밥벌이로 지친 그들을 붙들고 끈질기게 매달려야 했다. 없어도 살지만 있었으면 하고 바랐던 메이커 옷과 운동화는 다 그렇게 떼쟁이가 되어서야 얻을 수 있었다. 매번이 힘겨운 쟁취였다. 사정은 돈을 벌면서부터 달라졌다. 갖고 싶었으나 가질 수 없었던 것들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경제력은 소비와 소유, 선택의 자유를 가져다주었다. 곧 바로 취향이 생겼다. 그 취향이 나를 말해준다고 생각했다. 행복한 나는 꿈과 가능의 형태로 늘 거기, 선택된 취향의 세계에 있었다. 이게 바로 치명적인 돈의 맛이다. 기어이 나는, 돈의 맛을 알아버린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무시할 수 없는 불균형, 고급 패션 취향과(무엇도 지나치게 멋질 수 없었으며 미의 추구에는 끝이 없었다.) 평소 지출할 수 있는 돈 사이의 간격은 분명했다. 결국 이는 그들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 그들의 세계에서 살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이 갈망하는 것은 어떤 법칙에 가까웠다. 이렇게 만든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그것은 현대 문명의 법칙이었고, 광고, 잡지, 진열장, 거리의 볼거리, 소위 문화 상품이라 불리는 총체가 이 법에 전적으로 순응하고 있었다. (…) 그들 대부분이 프티 부르주아 출신이었지만 그 가치관이 자신들에게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질투와 정망 섞인 감정으로 그랑 부르주아가 누리는 안락함과 사치, 그 완벽함을 곁눈질했다.” (47-48쪽)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한 사회초년생의 모습이 《사물들》 안에 있다. 60년대 프랑스 파리의 젊은이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금-여기의 삶과 놀랄 만큼 닮아있다. 사실상 우리가 상상하는 행복한 성(城)은 돈으로만 쌓을 수 성질의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돈을 얻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삶의 방식은 거부한다. 안정된 직장과 승진을 위한 비굴한 노력, 무엇보다 법벌이에 소요되는 따분한 시간과 그에 비례해 줄어드는 여유가 싫다. 뼛속까지 도시적 감수성에 물들어 있으면서도 틈틈이 전원생활로의 도피를 생각하는 이유다. 천천히 느리게 삶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의 여유는 원하지만 그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주류사회로의 편입은 원하지 않는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자존심이다. 부를 꿈꾸는 상상과 상대적 빈곤감 사이에서 내내 방황하는 삶이다.

“사회 초년병인 이 젊은이는 말할 것이다. 뭐라고, 꽃이 만발한 들판을 거니는 대신 창 딸린 사무실 책상 앞에서 좋은 시절을 다 보내라고? 승진 발표 전날 희망에 들어 가슴 졸이라고? 계산적이 되어 술책을 부리고, 화를 꾹 참아내라고? 시를 꿈꾸고, 야간열차와 따뜻한 모래사장을 상상하는 내가? 젊은이는 마음을 달래려 할부 판매의 덫에 걸려든다. 그 이후로 그는 제대로 걸려들어 빠져나오지 못한다. (…) 그들이 사는 세상은 낯설고 화려했다. 자본주의 문화로 번쩍이는 세계, 풍요로움이 감옥처럼 둘러싸고, 행복이라는 매력적인 덫이 놓인 세계였다. (…) 적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 안에 있었다. 그들을 타락시키고, 부패시켰으며 황폐화시켰다. 그들은 속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조롱하는 세상의 충실하고 고분고분한 소시민이었다. 기껏해야 부스러기밖에 얻지 못할 과자에 완전히 빠져 있는 꼴이었다.” (64, 79쪽)

몽롱한 꿈에 사로잡혀 있는 나를, 돈맛에 취해 삶의 미각을 잃은 나를, 거세게 흔들어 깨우는, 무서운 소설이다. 도대체 지금 나는 어디에 와 있단 말인가. “찰나적이고 아스라한 삶의 행복들”을 쫓아 당도한 곳이 “풍요의 바다 위에 떠 있는 한 점 궁핍한 섬”이라니, 정신이 번쩍 든다. 그런데, 그렇다면, 이런 날 보고 있는 그대는 또 어떠한가.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