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쏘다, 활》 - 온통 '나'로 가득한 마음을 겨냥하다 책, check, 책


나를 아는 데 골몰하길 한참이다. 감정적 흔들림이 잦았고, 그때마다 당혹스러웠다. 널뛰는 감정을 감당하기 버거웠다. 스스로에게 나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왜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고, 또 누구인가. 질풍노도의 시기에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보는 문제다. ‘자아 정체성’ 찾기는 성장의 과정인 청소년기의 특징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도 이 질문은 끈질기게 나를 따라 붙는다. 끊임없이 변해가는 나를 쫓아 감정과 생각과 행동들에 이유를 찾고 스스로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갖는 일은, 그래서 어렵고 고통스럽다. 나는 생각하고, 생각하는 나를 생각하고, 생각하는 나를 생각하는 나를 생각하고, 또. 말하자면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다. 또한 ‘나는 이렇다’라고 정의해버리고 나면 ‘저런 것’들과의 대면에서 자기를 꼭 움켜쥔 생각이 그 만남을 방해하기 일쑤다. 심정적 갈등이나 의식적 배제를 낳기도 한다. 보고 듣고 느끼는 그대로를 전달하지 않고 ‘자의식’을 통과해 변형된 형태만을 받아들이게 한다.

《마음을 쏘다, 활Zen dans l'art chevaleresque du tir a l'arc》은 독일의 신칸트학파 철학자인 오이겐 헤리겔 교수가 일본 궁도의 명인 아와 겐조로부터 6년간 활쏘기를 배우며 선(禪)사상을 체득하고, 그 과정에서 경험한 내용을 서술한 책이다. 약력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독일철학의 전형적이고 논리적인 사고, 즉 서구의 이성주의 관점에 익숙한 사람이다. ‘생각하는 나’를 중심에 두고 세계의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파악하고자 노력한다. 따라서 그는 ‘활쏘기의 기예’를 배우는 동안에도 질문하고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통해 그가 도달하고자 하는 ‘위대한 가르침’은 합리적 이성의 바깥, 자아와 타자, 육체와 정신의 이분을 넘어 존재하는 것이다. 당연히, 과녁을 명중시킬 목적으로 기술적인 요령을 터득하려는 이에게는 열리지 않는 세계다. 습관화된 의식을 멈추고 그것의 주인인 ‘나’조차 버릴 수 있어야 이전까지와는 전혀 새로운 질서에 속하는 ‘해탈’의 경지가 주어진다.

“그것은 어떠한 숙고의 과정 없이 영Zero이 곧 무한이고, 무한이 곧 영임을 인식하는 직관이다. 이러한 인식은 상징적이거나 수학적인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지각되는 경험이다. 그러므로 해탈은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자아의 한계를 넘어선 피안의 영역이다. 논리적으로는 긍정과 부정의 종합이고, 형이상학적으로는 불변의 존재가 곧 생성 운동이고 생성 운동이 곧 불변의 존재라는 직관적인 파악이다.” (26-27쪽)

여전히 일상적·개체적인 삶에 얽매여 있는 범인들에겐 그저 불합리하게만 들리는 소리다. 처음 궁도를 시작했을 때 저자 자신이 그러했고,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의 내가 그러하듯.  하지만 저자는 오랜 기간의 연습과 훈련을 통해 직접 ‘해탈’을 경험하였고, 손에 잡히지 않는 이 가능성의 세계를 스스로 증명해 보인 사람이다. “스스로 경험하는 것 외에는 신비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란 없다.”라는 깨달음은 그렇게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에 그 경지에 오른 스승을 찾아가 배움을 구하지 않을 게 뻔해 보이는 이들에게 이 책의 쓸모는 과연 무엇인가. 저자와 이 책의 서문을 쓴 스즈키 다이세츠의 말처럼, 선(禪) 수행은 활쏘기 외에도 검도, 골프, 탁구를 포함한 모든 기술?스포츠 분야와 사진, 문학, 그림, 춤, 음악의 예술 분야, 그리고 다도, 꽃꽂이, 서예, 침술, 요리, 바느질 등 일상의 모든 행위에 적용되는 구체적인 면을 지닌다. 그리고 이와 같이 기예를 갈고닦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온통 ‘나’로 가득한 마음을 겨낭해 의식의 전과정을 반성케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 책은 분명, ‘나’라는 좁은 틀에 갇혀 더 넓은 세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을 기막히게 할 것이다. 그런 다음엔 꽉 막힌 기(己와 氣)를 뚫어 세계로 열린 ‘자기’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다.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에 대한 기대와 함께.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