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어나 어디로 향할 것인가》 - 분노한 당신에게, 그 다음을 제안하다 책, check, 책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우리나라 국민 또한 불안에 휩싸인다. 곧바로 한우를 포함한 소고기 소비량이 감소하고 돼지고기 및 닭고기의 소비량은 증가해 국내 물가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각 가정에서는 다시 변동된 물가를 고려해 소비의 양과 품목을 조절한다. 물자의 수·출입으로 연결되어 있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관계를 보여주는 실례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베트남, 중국 등 세계화는 이미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 위에 축소판으로 펼쳐져 있다.

“우리나라는 외부와 단절돼 있지도 요지부동의 세계 속에 있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범지구적 운명 공동체의 일원임을 인색해야 한다. 인류 전체는 핵무기 확산, 민족적·종교적 갈등 분출, 생태계 파괴, 통제 불능인 세계경제의 양면적 흐름, 금권의 횡포, 태곳적부터의 폭력과 산업적·경제적 이해관계 특유의 차가운 폭력의 결합이 야기한 치명적 위험을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 20세기에 전체주의의 폭력을 겪고 난 인류는 이제 금융자본주의라는 괴물이 덤벼드는 동시에 갖가지 민족적·국가적·종교적 흑백논리와 광신이 위세를 떨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인류는 그 자체로 인간을 인간적인 삶으로 이끌지 못하는 대공황을 일으킬 만한 온갖 위기들의 총체에 직면해 있다.” (10-11쪽)

지난 해,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분노할 의무’에 대해 일갈했던 스테판 에셀이 이번에는 《지금 일어나 어디로 향할 것인가》를 통해 구체적인 ‘희망의 길Le chemin de l’esp?rance’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 책에서 그는 공저자인 에드가 모랭과 함께 프랑스 뿐 아니라 인류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를 가리키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직면한 자국의 문제(사회 양극화, 외국 이민자에 대한 차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금권 등)가 세계화의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하지만 저자들의 목표는 이와 같은 사실을 재확인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다음을 잇는 생각과 태도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 다시 말해, 세계화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체념하며 운명론자가 되거나 그 종속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탈세계화만을 생각하는 것 모두 인류의 희망적 미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우리의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세계화가 인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상의 것인 동시에 최악의 것임을 인식”하고 “세계화와 탈세계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치명적 위기에 처한 전 세계 모든 인간이 어우러진 운명공동체를 우리 인류에게 선사하는 세계화를 추진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이 지구의 운명에 연대를 느끼고, 우리의 어머니인 지구를 수호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화에서 비롯된 모든 상호 연대와 문화적 풍요로움을 발전시키고 영속시키는 동시에, 국가·지방·지역의 시급한 자치권을 복원하기를, 세계 도처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유지하고 장려하기를 제안한다. 한편 농업 경제를 수호하고 식량 생산 농업과 그에 직결된 식품 공급 및 지역의 수공업과 상업을 보호함으로써 농촌의 공동화(空洞化) 현상과 곤경에 처한 도시 외곽지대의 공공시설 부족을 막기 위해, 사회연대경제에 모든 자리를 내주는 탈세계화를 추진해야 한다.” (16쪽)

이제 중요한 건 세계화와 탈세계화, 자본주의와 반자본주의, 성장과 분배, 개발과 보호 중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 편을 가르는 게 아니라 함께 ‘지향해야 할 것과 지양해야 할 것’을 규정하고 정책으로 반영해 행동에 옮기는 일이다. 이 책이 제안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정책, 즉 ‘다른 사상과 다른 정치’를 도입함으로써 사회와 문명이 야기한 폐해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항상 더 많은 것’이 아닌 ‘항상 더 좋은 것’, ‘웰빙’이 아닌 ‘웰리빙’의 삶을 가꾸어가야 하는 것이다.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