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어놓은 구절들]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 접어놓은 구절들


책은 모두에게 유용하지만 사용법을 잘못 알고 있다면 독이 됩니다. 몇 줄 읽고서는 그 작가라도 된 양 굴거나, 제 식견을 드러내고 싶어 안달하거나, 급기야 남들이 아는 바를 깎아내리는 이들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물론 저 자신도 예외는 아닙니다. 책으로 입은 해는 책으로 푸는 것이 상책. 오랜 독서 끝에 해독제로 다음 구절을 준비했습니다. 
 

“당신이 아는 것이 무엇이오?”하고 물어 보면, 책을 달라고 해서 찾아보고 가르쳐 주며, 궁둥이에 옴이 나도 사전을 찾아보지 않으면 옴이 무엇인지, 궁둥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자를 알고 있다. (…) 우리는 불이 필요해서 이웃집에 불을 얻으러 가서는, 거기서 따뜻하게 피어오르는 불을 보고 멈춰서 쬐다가 얻어 온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자와 같다. (152쪽)


몽테뉴는 단 한 권의 책으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룬 단상들의 모음이지만 결국 인간에 대해 말하는 《수상록》이 그것이지요. 4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책은 여러 단위에서 출간됩니다. 인간은 그만큼 변한 바가 없는 듯합니다. 동서문화사 판본을 선물 받은 저는 별미를 맛보듯 주제를 골라가며 읽고 있습니다. 위 구절은 ‘학식이 있음을 자랑함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발췌했습니다. 지식인을 자처하는, 그러나 어리석은 이들에게 맞춤한 처방이지요. 복용을 원하신다면 약국 말고 서점에서 ‘몽테뉴’를 찾으세요.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덧글

  • 링고 2012/06/14 16:56 #

    평론이나 연구로 알려진 서 중에 대부분이 미번역서라서 달랑 평론 몇 줄의 인용을 재인용하여 책의 가치를 무용하게 만드는 일이 현재까지도 이루어 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옛날에 나온 번역서가 아직도 나와서 많은 분들에게 읽혀지고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랄까요.
  • 반디앤루니스 2012/06/15 17:52 #

    안녕하세요, 링고님.^^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입니다.

    링고님의 우려대로 근래 뿌리 없는 책이 더러 출간되곤 하지요.
    그래서 이런 역서들을 주목하는 독서가 더 필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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