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술사로 읽는 한국전쟁》 - 증언, 그리고 복원 책, check, 책

 한국구술사학회 | 《구술사로 읽는 한국전쟁》 | 휴머니스트 | 2011


6.15 남북공동선언이 올해로 12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이런 말이 무색할 만큼 근래 남북 관계는 악화되었다. 지난 몇 년 간 현 정부 집권 이후 대북 정책의 변화,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평도 포격, 김정일 사망 및 김정은 체제로의 정권 교체 등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평화 통일로 향하는 길이 요원하다는 것을. 종북주의니 빨갱이니 하는 색깔론을 재점화하거나 한판 붙지 못해 안달 난 이들처럼 망언을 쏟아내는 판이니, 이들은 12년 전 약속뿐만 아니라 62년 전의 참상까지도 잊은 모양이다.

한반도 근현대사만이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중요한 기점이랄 수 있는 한국전쟁에 대해 대다수가 잘 알고 있다. 반으로 쪼개진 이 땅의 역사 위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개인의 역사는 주목 받지 못했다. 피난민, 빨치산, 부역자, 의용군, 전쟁미망인, 월북가족 같은 익명의 개인은 가벼이 기록되거나 무시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의 삶을 돌이켜보는 작업은 정치·군사·경제적 피해를 아는 것보다 중요하다. 사회학자 김귀옥이 말했듯 “전쟁은 기득권자의 관점에서는 승리나 패배가 있을지 모르지만, 민중의 관점에서 보면 남성이건 여성이건, 승전국의 국민이건, 패전국의 국민이건 고통을 줄 뿐”이라는 전쟁의 실체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술사로 읽는 한국전쟁》은 이런 지론을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김경현, 김귀옥, 김진환, 김현선, 심규상, 오유석, 윤택림, 이용기, 조은 등 여러 단위의 학자들이 구술(口述)를 매개로 한국전쟁의 미시사에 접근한다. “구술 작업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민중의 역사를 제대로 보여주는 자료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자료도 없고, 있는 자료마저 지배자의 입장에서 쓴 것이기 때문에 역사의 공백을 메울 길은 결국 역사화(기록화)되지 않은 기억을 찾는 데 있다고 봅니다.”라고 김귀옥이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처럼 이들의 작업은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공백을 복원하는 과정에 있다. 이를테면 의용군, 거제도 포로수용소, 국군을 거쳐 온 시간이 “조국이니 이데올로기니 좌우니 하는 모든 것을 떠나 ‘내’가 살아남으려는 생존투쟁 그 자체”였다며 “전쟁이라는 것은 하면 안 돼. 먼저 죽여야 사는 게 전쟁이야.”라고 증언하는 1930년생 박수호(가명)의 목소리는 과거가 아닌 현재로서의 역사를 되살려낸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옛날 일이다. 또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굳이 헤집어 봐야 뭐하냐. 그리하여 오늘날에도 “온 국토가 모두 부패한 흙으로 덮인 공동묘지인데 이들이 누울 안식처는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라고 국군 및 인민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다룬 김경현은 한탄한다. 무수한 죽음을 소생시키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산 사람에게는 남은 몫이 있다. 개인의 역사를 증언하고, 또한 시대를 복원하는 것이다. 이처럼 전쟁의 기억을 들추는 작업은 곧 그로부터 멀어지는 길이기도 하다. 한반도에 맹목적인 적대가 다시금 고개를 든 시점이다. 그리고, 한국전쟁 62주년이 코앞에 와 있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