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 모든 피부는 검은색이었다 책, check, 책

 
피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초점은 투명하고 매끈하며 건강한 피부다. 수많은 화장품 광고들이 노화를 비껴가는 탱탱하고 촉촉한 피부를 약속한다. 뽀얗고 맑은 피부를 자랑하는 여배우들이 이를 증언한다.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하’고, 좋은 건 ‘피부에 양보하’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변화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피부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든다.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아토피에 시달리고 있고, 어른들 또한 온갖 알레르기로 고생한다. 그 덕에 피부과와 마사지숍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미용과 제약 산업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피부는 우리 몸과 주위 환경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한 상호작용들 매개한다. 즉 우리 몸의 생리기능, 감각인지, 정보수집,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등에서 핵심 기능을 한다. (…) 피부는 인체의 다른 어떤 부분들보다 더 우리를 인간적이고 개성 넘치게 해주며, 우리가 ‘개성’이라는 용어로 의미하는 바의 핵심을 형성해준다. ‘피부’라는 단어는 몸 전체나 한 존재 그 자체를 표현해주기도 하며, 대화 중에 사용될 때는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 혹은 개인의 정체성이나 외모에 대한 강렬한 느낌을 전달해줄 수 있다.” (7, 10-11쪽)

이렇듯 “피부는 인체 생물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도 언제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풍부하고 흥미진진한 피부의 역사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13쪽) 인간 피부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저자 ‘니나 자블론스키’는 《스킨 Skin》을 통해 그간 미용과 건강을 위해 많은 관심을 쏟았던 피부에 대해 우리가 정작 알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피부의 기본적인 구조와 기능에서부터 비교생물학에 근거한 피부 진화의 역사, 다른 생물과 구별되는 인간 피부의 특징, 즉 털 없음, 땀 배출, 피부색 등 인류의 피부 형질의 생물학적 역사를 거쳐 오늘날 피부가 지니는 사회문화적인 의미로, 그리고 미래에 피부가 담당할 역할에 이르기까지 ‘피부의 자연사’를 풍성하게 풀어낸다.

특히, 주목할 만 한 내용은 저자가 피부의 생물학적 역사를 통해 인종주의를 낳았던 피부색의 차이가 단지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류의 진화적 선택이었음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인류의 시초는 열대 아프리카 지역의 짙은 피부였으며, 다른 대륙으로 이동해감에 따라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피부색이 점점 더 옅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피부색은 자외선의 양과 관계된 것으로, 자외선은 인류의 생식과 직결된 인체 내 엽산과 칼슘의 양에 영향을 미쳐 종의 번식과 생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피부색의 차이를 인종의 우열관계로 파악하는 인종주의적 시각은 자의적이고 비과학적인 해석에 불과할 뿐이다. 인류가 직립 보행으로 인해 털이 없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피부가 털이 수행하던 감정 전달의 역할을 대신하고 이러한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짙은 색의 피부를 백인들이 그들의 관점에서 감정도 수치심도 없는 열등한 존재로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시각의 문제점을 많이들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피부색에 따른 인종과 민족의 구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단순한 차이를 차별로 이어가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피부의 자연사를 관통하며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킨》을 통해 인종주의가 가리고 있던 피부 본래의 의미와 가치를 되돌려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