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강의 신비》 - 그곳이 사라지기 전에 책, check, 책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이 쓴 이 시는 안성현이 곡을 붙인 노래로도 유명하다. 이 책에서 손현철이 ‘엄마야 누나야’를 인용하며 말하듯 예부터 “강과 모래는 한반도의 지형을 형성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며 서로 아주 긴밀하게 얽혀 있는 존재”(20쪽)다. 모래톱을 이루는 강변 마을의 역사는 그만큼 오래되었다. 현재 콘크리트 제방에 둘러싸인 채 흐르는 한강의 경우, 1982년 한강종합개발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많은 이들이 강변 모래톱에서 일광욕을 즐겼다고 한다. 이후에도 한반도 곳곳에는 모래강이 건재했다. 꼭 한강을 찍은 흑백사진이 아니라도 김소월이 노래한 강변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그마저도 요원해졌다. 2009년 시작한 4대강 개발 사업 때문이다.

4대강을 살린다는 미명 하에 사라져 간 것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지고 있는 것들은 무수하다. 손현철은 그 중에서도 모래에 주목했다. KBS 환경스페셜 프로듀서로서 다큐멘터리를 통해 모래강의 위기를 취재했던 그는 방송에서 생략한 이야기를 《모래강의 신비》에 담았다. 이 책에서 특히 다룬 곳은 한반도 모래강의 원형인 내성천으로, 4대강 개발 사업이 집중되고 있는 낙동강의 지류이다. 경상북도 봉화군, 영주시, 예천군을 관통하며 끊임없이 토사를 공급받아 모래강으로 거듭나는 내성천은 아름다운 풍광도 일품이지만 생태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불순물 여과·정화한 물 저장·유량 조절 등 모래의 힘은 수질오염·가뭄·홍수 피해를 방지하는 측면에서 탁월하다. 또한 모래강은 인간부터 미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명에게 삶의 터전이었다. 이러한 균형은 불과 이삼 년 사이에 깨졌다.

각종 중장비가 달려들어 강바닥의 모래를 퍼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토해양부는 4대강 개발 사업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네덜란드의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손현철은 이를 반박한다. “네덜란드의 홍수 대책은 예전에 강이 마음껏 범람하던 공간을 강에게 되돌려주자는 것”으로 “높아진 제방과 수로 사이의 강변 둔치를 깎아서 낮추는 것이며, 주 수로 준설은 주된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네덜란드 정부는 “강바닥 준설을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2003년 자료를 보면 네덜란드의 일 년 준설량은 3500만 제곱미터로, 4대강에서 일 년 반 동안 퍼낸 5억 7000만제곱미터의 6퍼센트 정도밖에 안 된다.”(247쪽)라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강을 깊게 파고 강폭을 엄청나게 넓혀서 우선 유람선을 띄우고 여론이 잠잠해지면 카지노선 같은 돈벌이 배를 운항하겠다는 꿈”(237쪽)을 가진 자들이 모래를 엉뚱한 곳에 옮겨 놓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4대강 공사에 암묵적 동의를 보내거나 적극적인 저지를 회피함으로써 우리는 모래를 파내서 우리가 살 곳을 파괴하는 데 동참한 꼴”(274쪽)이 됐고, 머지않아 내성천도 제 모습을 잃어갈 것이다. 손현철은 4대강 개발 사업 완료 예정 시점인 2013년 이전까지 낙동강 유역을 순례할 것을 권한다. 이와 관련하여 《모래강의 신비》는 세세한 지도와 설명을 첨부하고 있다. “수몰돼 사라질 풍경으로의 여행, 미래의 망각으로 침투하는 순례”(124쪽)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몫이다. 그 여정은 당장 많은 것을 바꿔 놓지 못해도 미래의 망각을 일깨움으로써 흑백사진과 노래로만 남은 모래강을 회생하고 강변의 삶을 다시 가능케 하는 단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이 그러한 일을 해냈듯이.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