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 한국사회의 오늘을 벼리다 책, check, 책

박권일 | 《소수의견》 | 자음과모음 | 2012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이다. 온갖 매체들이 시시각각 쏟아내는 말들은 탈이 난 한국사회의 오늘을 전하고, 그 기사에 줄줄이 매달린 말들은 다시 네티즌으로 대변되는 대중의 반응을 전하며 세상에 말을 보태길 반복한다. 현재 “거의 모든 매체가 유명인이 SNS(Social Network Service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남긴 말을 그대로 받아다 기사화”하는 게 관행이고, “기자들 사이에서 ‘트위터 마와리(트위터를 돈다는 의미로 사쓰마와리, 즉 사회부 기자가 경찰서를 돌며 사건취재를 하는 관행에 빗댄 말)’란 말이 자조적으로 오르내”릴 정도다. ‘사실’보다 ‘의견’이 많은 시대고, 그 안에서 우리는 종종 방향감각을 잃고 길을 헤매기 일쑤다.

“이 책은 박권일의 잡감雜感이다. (…) 잡감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여러 가지 잡다한 감상들’ 정도의 의미겠다. 잡감은 논문도 아니며 문학도 아니다. 요컨대 ‘학學’이나 문文’이 아니라 ‘감感’이고 ‘촉觸’이다. 나에게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지성적인 작용이 아니다. 글을 쓰려면 먼저 감과 촉이 쫑긋 일어서고 분기가 탱천하거나 눈물이 글썽 맺히거나 배꼽이 빠지게 웃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 나에게 잡감이란, 감과 촉이 지적 여과를 거쳐 나온 생산물이다.” (5-6쪽)

박권일은 예민한 감과 촉을 이용해 탈 난 한국사회의 오늘을 짚어낸다. ‘정치, 온라인, 일상, 이데올로기, 88만원 세대’와 관련된 사건사고에 웃고 울고 화낸 다음 “원인과 상관관계를 체크하고 불분명한 개념들을 명료화시킨”다. 그 결과, 노무현 정권의 시작과 함께 기자가 되었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칼럼니스트로서의 삶을 시작한 그의 《소수의견》들이 세상과 다수에 반反한 채 한국사회의 면면을 벼리고 있다. 아직 다수를 점하진 못하지만, 세상의 한켠에서 착실한 태도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의 소수의견이 내일의 상식이 될 것이다.”라는 믿음으로, 몰상식과 비이성이 판치는 세상에 날카로운 비판의 날을 세운다.

특히 그의 감과 촉은 정치·사회·문화 전 영역에 걸쳐 다수를 점하며 한국사회의 특수한 양상을 드러내는 ‘중간계급’에 대한 분석에서 빛을 발한다. 이명박을 찍은 사람이 이명박 탄핵을 외치는 촛불집회를 통해 “자기 확신의 근거로서 ‘상식’에 집착”하는 ‘중간계급’의 본질과 그들 특유의 행동 양식을 들여다보고,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 틀을 벗어난 ‘새로운 근대 시민의 탄생’, 즉 “표준 시민”의 등장을 지적한다. “이 표준 시민은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온·오프라인 매체 활용 능력)와 심화된 ‘수도권 중심주의’의 측면을 지니는,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수도권에 사는 교양 있는 중산층”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강남좌파’의 부상과 ‘트위터 버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10년의 큰 싸움은 대개 좌우파 이념이 아니라 상식 대 몰상식의 구도에 근거한 적대였다. 한국 중산층의 의식은 늘 민중주의에 가까웠다. 정확하게는 ‘민심은 천심’이라는 봉건적 마인드와 합리적 소비자라는 근대적 마인드의 결합이다. “사람 되긴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 “최소한 한나라당은 찍지 말자” 같은 말로 대변되는 진보에 대한 ‘최소주의적’ 관점, 선수가 아닌 심판을 자임하며 광장에 뛰어드는 중립주의, 내가 착취당하는 현실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고발하지만 내가 남을 착취하는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이중 잣대 같은 요소 또한 한국 중간 계급의 특징이다. 저 도저한 몰계급성과 중립주의에 ‘좌파’ ‘계급’ 같은 용어를 붙이면 오해만 불어오기 쉽다. 강남좌파라는 용어로는 새로운 정치 주체, 다시 말해 바로 ‘우리 자신’을 전혀 사유할 수 없다.” (33쪽)

‘간지’나는 트렌드에 동참하듯, 입으로 진보를 말하는 시대다. “정치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으로 시작하며 중립주의에 몸을 숨기고 정치적 발언을 ‘트윗’하는 세상이다. 스스로가 한국사회의 오늘을 움직이는 정치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사유를 게을리하며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유예시키는 우리들이다.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