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세요? 갑자기 물어 보면 사람들은 당황할 겁니다. 신종 도인인가 하고요. 세상의 많은 것들, 심지어 사랑까지도 계량화되고 있는 요즘, 행복이라뇨. 그 질문에 ‘예’ 혹은 ‘아니오’로 대답하라는 건가요. 이렇게 생각할지도요. 도를 아시냐고 묻듯 행복을 아느냐고 묻는 편이 차라리 간명할지도 모릅니다. 관심 없다거나 모른다며 지나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피하고 싶은 시험은, 꼭 피하고 싶을 때, 섬광처럼 닥쳐옵니다. 갖은 불행 속에서 답안지를 재촉하지요. 행복해? 이래도? 이래도?
가질 수도 없고 저버릴 수도 없는 게 행복일까요. 유사품은 집에도 많습니다. 두께가 상당한 영영 백과사전 세트, 높이 조절 안 되는 회전의자, 먼지 쌓인 대형 캐리어 같은 것들이요. 일상생활에서 부피 깨나 차지하고 있지만 실상 이렇다 할 용도는 없는 물건입니다. 비슷한 경우로 ‘나’에게는 사바나에서 태어났다는 코끼리 ‘엘리’가 있습니다. ‘나’는 ‘엘리’와 살고 있어요. 그곳이 사바나냐고요? 아닙니다. 한국이에요. 그래서 ‘나’는 ‘엘리’를 데리고 아프리카로 갈 거랍니다. 믿거나 말거나. 최진영의 소설 <엘리>에서 확인해 볼까요?
나는 코끼리와 산다. (306쪽)
우린 아프리카로 간다.
걸어왔다니까, 날 수도 있다니까, 믿어보기로 했다. 지금 내가 믿을 건 엘리 뿐이다. (323쪽)
《문학동네 2011년 가을호》
첫 문장을 시작하기 앞서 도입부에는 “이것은 나의 엘리 이야기다”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이것은 나의 연애, 나의 꿈, 나의 사투, 나의 가족, 나의 비밀, 나의 사랑 등으로 변주됩니다. ‘엘리’는 이들 모두를 표상하는 존재이기도 할 것입니다. 사실 ‘나’는 연애건 꿈이건 뭐 하나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실패자나 개차반 인생이라고 불릴 정도죠. 그런 ‘나’에게 이제는 ‘엘리’만 남았습니다. “먹고 하는 일이 똥 싸는 일뿐”인 코끼리지만 “오늘도 하루만큼 나이를 먹어버린,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를 엘리.”(322쪽)는 행복의 잔해입니다. “이것은 나의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라며 방점을 찍는 후반부의 소제목은 그래서 애처롭습니다. 희망적인 선언이겠으나, 그 희망이 한편으로는 고단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근데 사실, 그것을 이루면 행복하겠지, 하고 상상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312쪽)라는 ‘나’의 말처럼 언제까지나 아프리카로 가는 여정이 곧 행복의 형식일 것입니다. 그동안 가끔은 기쁘게, 자주 쓸쓸하게, 우리는 그 유사품과 동거해야겠지요. 최진영이 소설을 쓰는 것도, 우리가 그녀의 소설을 읽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리라 가늠해 봅니다. 답안지를 잠시 밀어놓고 딴청을 피우는 정도는 허용되는 곳이 삶이라는 시험장이니까요. ‘우린 아프리카로 갔다’와 같은 문장에 도달하지 못해도 말이죠.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 최진영
1981년 출생. 2006년 실천문학신인상 당선. 제 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가 있음.
* 현재까지 발표작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한겨레출판 | 2010
《끝나지 않는 노래》 | 한겨레출판 | 2011
<월드빌, 401호> | 《끝까지 이럴래》에 게재
<창> | 《포맷하시겠습니까》에 게재
<남편> | 《2012년 제57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에 게재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