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어놓은 구절들] 헤르만 헤세, 《헤세의 인생》 접어놓은 구절들

 



헤르만 헤세 | 《헤세의 인생》 | 그책 | 2012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삶에 매달릴 이유가 적어질수록 점점 더 죽음 앞에서 어리석고 소심해지고 두려워한다. 그리고 점점 더 탐욕스럽고 유치하게 마지막 남은 음식 부스러기에, 마지막 남은 약간의 기쁨에 달려든다. 그리고 사람들은 늘 다시 뭔가를 기대하고, 늘 희망할 이유를 발견한다. 쉰 살 남자의 치명적인 삶의 굶주림이 나 스스로를 번거롭게 하는 지금, 나는 이후의 시간, 비판적인 시절의 저편에 놓여 있는 노년의 평안함과 원숙함을 희망한다. 그러나 나는 정확히 알고 있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와 유사한 모든 희망들이 기만이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입증되었음을.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삶이란 비극적인 사건이며 결코 무해한 것이 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그러나 그렇더라도 나는 희망한다. 이 파도가 거세게 일게 하고, 삶의 충동, 최후의 격동이 미친 듯이 날뛰게 하자!


「도시의 3월」, 1927년


 “치명적인 삶의 굶주림”이라. 이제 겨우 30여 년을 살아놓고선, 왜 이 구절에서 멈춰 서는 거냐. 너는, 앞으로 한참을 더 살아야 쉰 살이고, 쉰 살이 되어도 저 헤르만 헤세의 삶의 통찰, 그 근처에도 가까이 가지 못할 것이다. 그런 주제에, 같잖게도 너는 지금, 그가 말한 ‘삶의 굶주림’에 대해 가벼운 입을 놀려 공감을 표할 심산이냔 말이다. 그러나 성급하게 알은 채 하기 전에 너는 먼저, 스스로에게 답을 구해야 할 것이다. 내 생에 한번이라도 진실로 ‘비판적인 시절’이 있었던가. 

그게 아니라면 너는 지금, 그 저편에 놓여 있는 평안함과 원숙함을 희망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그 한가운데에서, 무엇으로도 가장하지 않은 정신으로 무장하고, 치열하게 삶을 사유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기 전에 너는 결코, 삶에 대해, 그 삶의 굶주림에 대해, 쉽게 공감을 말하진 말아야 할 것이다.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