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조언》 - 부조리를 보는 법 책, check, 책



 


에드워드 고리 | 《쓸모 있는 조언》 | 미메시스 | 2006


It was already Thursdays,
벌써 목요일이었다.

느닷없이 이야기는 시작됐고, 문장 말미에 찍힌 쉼표는, 늘 그렇듯, 다음으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but his lordship's artificial limb could not be found; therefore, having directed the servants to fill the baths, he seized the tongs and set out at once for the edge of the lake, where the Throbblefoot Spectre still loitered in a distraught manner. He presented it with a length of string and passed on to the statue of Corrupted Endeavour to await the arrival of autumn.
하지만 주인님의 의족은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인들에게 목욕물을 받아 두라고 지시를 내리고, 그는 부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곧장 호숫가로 향했다. 그곳에는 아직도 <다리를 떠는 유령>이 정신 나간 모습으로 배회하고 있었다. 그는 유령에게 기다란 실 한 가닥을 주고는 곧장 <좌절된 노력>이라는 이름의 동상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을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다음 페이지, 그 다음 페이지를 아무리 넘겨보아도 우리가 기대하던 이야기의 가닥은 잡히지 않는다. ‘그’는 분명 어떤 원인으로 다음 행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인과는 ‘그’의 내부에 속할 뿐, 우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찾으려 했으나 찾지 못했던 의족, 목욕물, 부젓가락, 다리를 떠는 유령, 실 한 가닥, 이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이야기를 ‘찾던’ 우리의 기대와 노력은 ‘좌절’ 되었고, 남은 건 이해되지 않는 인과와 그러나 그 안에 버젓이 존재하는 것들이다.

잃어버렸으나 찾지 못했다. 주인님의 의족과 다리를 떠는 유령과 기다란 실 한 가닥이 있다. 기대하고 노력했으나 좌절되었다. 이해가 안 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다만, 있다. 그리고 기다린다.

어떤 존재, 어떤 마음, 어떤 인상들이 흩뿌려졌다. 그리고 머릿속을 어지럽게 오가는 그것들은, 의미를 찾는 익숙한 습관에 사로잡혀 ‘아직도’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말하자면, 파편화된 조각들을 이리저리 맞춰 보며 어렵사리 큰 그림을 완성해가는 퍼즐처럼, 책 속에 던져진 존재와 마음과 인상을 단서 삼아, 나는 벌써 세상의 어떤 장면들을 그려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각과 조각 사이에 벌어진 틈을 메우고 있는 건, 내가 본 세상이고, 나의 생각이며, 그 자체로 나이기도 하다.

불합리와 불가해, 모순으로 인도하는 부조리 앞에서 나는, 아직도 ‘정신 나간 모습으로 배회하고 있’고, 굳게 응어리져 있는 ‘좌절된 노력’의 그늘 아래 앉아있으며, 합리적이고 이해할 법 한 이야기가 오기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에드워드 고리가 나에게 일러준 《쓸모 있는 조언》이다.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